요즘 '먼저 사고 나중에 결제하세요'라는 문구, 정말 익숙하시죠? 애플페이 레이터, 클라나(Klarna), 어펌(Affirm) 등 선구매 후결제(Buy Now, Pay Later, 이하 BNPL) 서비스는 편리함을 무기로 우리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 편리함에 '신용'이라는 책임이 더해질 전망입니다.
미국 대출 기관의 90%가 사용하는 FICO 신용점수를 개발한 '페어 아이삭(Fair Isaac Corp.)'이 올가을부터 BNPL 이용 내역을 신용점수에 반영하는 새로운 모델을 출시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금까지 신용 평가의 사각지대에 있던 BNPL이 공식적으로 개인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게 됨을 의미합니다.
왜 갑자기 BNPL을 신용점수에 포함할까요?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져버린 시장 규모' 때문입니다.
eMarketer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만 8,600만 명 이상이 BNPL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이는 2021년에 비해 거의 두 배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과거 명품 등 고가 상품 구매에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것과 달리, 이제는 식료품 구매, 여행, 외식 등 일상생활 전반으로 사용처가 확대되었습니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대출 기관들은 BNPL 사용 내역 없이는 소비자의 재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누가 BNPL을 가장 많이 사용할까요? (충격적인 통계)
흥미로운 점은 BNPL을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는 계층이 재정적으로 가장 여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위 차트는 신용점수 구간별 BNPL 사용자 비율을 보여줍니다. 놀랍게도, 신용점수가 낮을수록 BNPL 서비스 이용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FICO 점수 600점 미만: 23%가 최근 30일 내 BNPL 사용 (13%는 2회 이상)
- FICO 점수 600-649점: 22%가 최근 30일 내 BNPL 사용 (12%는 2회 이상)
- FICO 점수 800점 이상: 단 3%만이 최근 30일 내 BNPL 사용
이 통계는 BNPL이 신용카드 발급이 어렵거나 추가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중요한 금융 수단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대출 기관 입장에서는 이들의 연체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BNPL 상환 기록을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새로운 FICO 모델,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장점 vs 단점)
그렇다면 올가을 도입될 새로운 FICO 모델은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 긍정적 영향 (기회)
- 신용 이력 형성: 사회초년생이나 금융 거래가 적어 '씬파일러(Thin-filer)'로 분류되었던 사람들은 BNPL을 제때 잘 상환하는 것만으로 긍정적인 신용 기록을 쌓을 수 있습니다.
- 신용점수 상승: 성실한 상환 기록은 신용점수 상승으로 이어져 향후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 부정적 영향 (위기)
- 신용점수 하락: 가장 큰 변화입니다. 이전에는 BNPL 대금을 연체해도 신용점수에 직접적인 타격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단 한 번의 연체도 신용점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부채 관리 부담 증가: 여러 개의 BNPL을 동시에 이용할 경우, 상환 일정을 놓치거나 상환 능력을 초과하여 부채의 늪에 빠질 위험이 커집니다.
결론: BNPL, '공짜 점심'은 끝났다! 현명한 사용법은?
이번 FICO 모델 변경의 핵심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BNPL은 더 이상 '신용 외 거래'가 아닌, 당신의 재정 건전성을 증명하는 공식적인 '대출'로 취급될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BNPL을 이용할 때는 다음 세 가지를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 '대출'임을 인지하세요: '나중에 결제'가 아닌 '상환해야 할 대출'로 인식하고 신중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 상환 능력을 초과하지 마세요: 지금 당장 결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에 속아 감당할 수 없는 소비를 해서는 안 됩니다.
- 결제일을 철저히 관리하세요: 달력이나 알림 앱을 활용해 상환 일정을 꼼꼼히 챙겨 불필요한 연체와 신용점수 하락을 막아야 합니다.
편리한 만큼 큰 책임을 요구하게 된 BNPL. 현명하게 사용하여 신용을 쌓는 '기회'로 삼을지,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신용을 잃는 '위기'로 만들지는 이제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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